광양제철소, 코크스 제조 과정서 발생한 시안가스 등 독성폐기물 유출
코코스오븐서 새어나온 유독가스도 논란...포스코 산재 상당수 차지해
2월 국회에서 '1兆 투자' 밝힌 최정우 회장, 재원투입 여부도 오리무중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웅래(서울 마포갑·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최정우 회장·오른쪽) 계열 광양제철소가 독가스의 일종인 시안가스를 철강제조과정에서 꾸준하게 유출시켜 왔다고 밝혔다. ⓒ 포스코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웅래(서울 마포갑·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최정우 회장·오른쪽) 계열 광양제철소가 독가스의 일종인 시안가스를 철강제조과정에서 꾸준하게 유출시켜 왔다고 밝혔다. ⓒ 포스코

"노후설비 개보수에 1조 투자하겠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2월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중대재해 사고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노후화된 시설이라며 1조를 투자해 개보수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그러나 최 회장의 '1조 개보수 공언'은 말 그대로 '공(空)'언이 됐다. 포스코의 양대 축인 광양제철소에서 독가스로 잘 알려진 '시안가스' 유출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 비용절감하려 '독성 폐기물' 재활용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독가스로 잘 알려진 '시안가스'가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안가스는 과거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수용소에 가둔 뒤 살포한 살인가스로 잘 알려져 있다.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서울 마포갑·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지난 8월 채취한 'BET슬러지'에서 최대 1037.5ppm의 '시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사람에게 치명적인 살인가스가 배출되고 있었던 셈이다. 

논란의 핵심은 바로 BET슬러지다. BET슬러지는 지정폐기물로 분류된 독성 찌꺼지로, 철광석을 녹이는 사용되는 코크스를 만들 때 생성된다. BET슬러지는 시안은 물론, 페놀 등 각종 중금속을 포함한 인체에 극히 위험한 독성물질들이 가득하기 때문에 환경부는 해당 물질을 지정폐기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광양제철소가 폐기해야할 BET슬러지를 재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 측은 노웅래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에서 "광양제철소는 공식적으로 연간 1만9000톤의 BET슬러지가 발생한다"면서 "BET슬러지를 재활용하면 코크스 오븐에 들어가는 부생가스 발생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웅래 의원실이 공개한 광양제철소 BET슬러지 성분검사표. ⓒ 노웅래 의원실
노웅래 의원실이 공개한 광양제철소 BET슬러지 성분검사표. ⓒ 노웅래 의원실

비용절감을 위해서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독성폐기물을 재활용하고 있던 셈이다. 노웅래 의원실에 따르면 포스코는 BET슬러지 재활용을 통해 연간 27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코크스오븐의 유해가스 누출 가능성도 

관리도 문제다. 노웅래 의원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광양제철소의 경우 BET슬러지가 만들어지는 코코스오븐을 통해 일부 유해가스가 누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코코스오븐의 게이트가 개폐되는 과정에서 시안가스를 비롯한 유해가스들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포스코는 이에 대해 답변서를 통해 "코코스오븐은 완전 밀폐되기 때문에 유해가스가 누출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 공법과 포스코가 개발한 파이넥스 신공법 ⓒ 노웅래 의원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 공법과 포스코가 개발한 파이넥스 신공법 ⓒ 노웅래 의원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이 최근 5년간 포스코에 대한 산재 승인을 내준 내용을 살펴보면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코코스오븐 공정과 관련된 산재 승인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서다. 완전밀폐되기 때문에 누출되지 않는다던 포스코의 해명과는 정반대되는 결과인 셈이다. 

 

◆ "1조 투자" 최정우 회장의 공염불(?)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문제의 해결책은 이미 포스코가 갖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포스코가 야심차게 선보였던 '파이넥스 공법'이 바로 그것이다. 

통상적으로 철을 만드는 방법은 고로 공법이 주로 사용된다. 철광석으로 만든 소결광과 유연탄으로 만든 코크스를 고로(용광로)에 넣어 고온에서 쇳물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현재 대부분의 제철소들이 바로 이 고로 공법으로 철을 생산하고 있다. 

반면 포스코가 선보인 파이넥스 공법은 코크스오븐과정과 소결 과정이 없다. 일반탄으로 만든 성형탄과 유동로를 거친 환원철단광을 용광로에 넣어 산소에 노출시키면서 쇳물을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파이넥스 공법은 포항제철소에서만 일부 사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철강제품들은 아직까지 고로 공법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13일 노웅래 의원실에 따르면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독성폐기물인 시안가스가 포함된 BET슬러지를 재활용하면서 연간 28억원의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 노웅래 의원실
13일 노웅래 의원실에 따르면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독성폐기물인 시안가스가 포함된 BET슬러지를 재활용하면서 연간 28억원의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 노웅래 의원실

포스코가 논란이 된 시안가스 및 유해가스 유출을 방지하려면 파이넥스 공법이 가능하도록 설비투자에 나서면 된다. 실제 최정우 회장 역시 지난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청문회에 참석해 "1조를 투자해 노후 설비를 개보수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정우 회장의 1조 투자 약속은 아직까지 공염불에 그친 상태다. 실제 개보수에 들어간 설비현황은 물론, 재원마련 계획도 확실히 밝혀진 바 없기 때문이다. 

한편 노웅래 의원은 "포스코는 1년에 고작 28억원의 비용절감을 위해 근로자와 지역주민들을 독가스에 노출시켜 죽음으로 내몰았다"면서 "포스코에 대한 환경부와 노동부의 합동조사를 실시해 대응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